* 문학/영상

일상을 허무는 행복

文喆洙 2007. 12. 2. 23:39
일상을 허무는 행복



1.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남편의 손길은 나를
가장 편안한 잠으로 이끌었지만 또한 나를
잠에서 깨운 손길이기도 하지요
해동된 동태처럼 지친 나를 안아 옮기기엔
벅찼는지 나는 그만 눈을 뜨고 말았지요
어제가 아니라 아직 오늘이네요

아침부터 건강검진하고 부지런히 시장가서 무 2개 갓 한 단 쪽파 1단
미나리 한 단 생강1근을 사서 집에 오자마자 집에 있던 배추 2포기
소금에 담그고 부지런히 재료들을 다듬는데 택배가 왔다고 하더라고요
나가보니 거제도 친구가 굴을 한 박스 보낸 거예요 얼마나 고소하든지
배고프던 차에 얼마나 게걸스레 먹었는지 먹다가 괜스레 웃음이 나오네요
총각무로 동치미 담그고 굴김치 담그고 허리 펴니 저녁 7시 모임에 계시는 분
어머님 돌아가셔서 상갓집에 갔다가 집에 오니 11시 반 기다리는 손길

2.
사랑한다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은
어제 뜬 해가 오늘 다시 떠올라도 새롭게 느끼는 것처럼
반복되는 매일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것이겠지
같은 겨울의 쓰린 바람일지라도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라 믿는 어리석음이겠지

사랑을 위해 차라리 어리석은 자가 되라


[2007. 11. 30 16 ; 55 보헤미안. 어느 댓글을 읽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