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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삶 제탓으로 얼리며.....
文喆洙
2008. 10. 17. 00:04
나는 하루에도 수십편 때로는 수백편의 시를 접할 때도 있다.
그 많은 글 가운데 과연 시의 역할을 하는 시들이 몇편이나 있을까 자문을 해 보곤 하는데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수십편 가운데 한두편, 수백편 가운데 몇편 정도만이
굳은 가슴을 녹이고 잠긴 가슴 문을 열 수 있을 뿐이라 생각한다.
오늘 박수림 시인의 시집 '꽃잎하나 터질 모양이다'를 읽으며 가슴을 흔드는 작품을 접한다.
웬만한 오기가 천성으로 타고나지 않으면
저 짓도 못할 일이다
젖은 삶 제탓으로 얼리며
하필 낭떠러지 붙잡고 세상 바라보는가
날카롭게 변해가는 성깔 죽이려
나선형 춤사위로 휘감은 더깨
투명한것은 죄가 아님을 물구나무로 서서
흔들림 없이 시위한다지만
너와 나 사이에 통하는 길은 없다
너는 투명하다지만 나는 불투명하다
( '고드름' 부분)
그냥 평이한 문체로 써내려 간 듯 보이지만 읽을 수록 깊이가 있고
깊이 속에서 우러나는 맛이 있다.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하는 많은 시인들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이제는 방향을 돌려 여류시인의 삶의 애잔한 향기가 깊게 배여있는 시 한편
가슴에 담아 볼 일이다.
'젖은 삶 제탓으로 얼리며' 시인의 삶을 고드름에 투영시킨 깊이에 한번 빠져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