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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 지켜주는 메밀

文喆洙 2010. 7. 14. 21:00

[식품과 건강] 젊음 지켜주는 메밀
항산화성분 들어있어 모세혈관을 탄탄하게

시커먼 면발을 국물에 휘둘러 후루룩 입에 담는다. 새콤달콤한 양념맛과 쌉쌀한 메밀향이 입안에 가득 찬다. 시큼한 무도 곁들인다. 그릇째 들고 국물을 바닥낸다. 시원한 막국수가 당기는 계절, 여름이 깊어간다.

`더위`와 `입맛`을 한꺼번에 잡는 여름철 대표 음식 막국수. 주재료는 메밀이다. 메밀은 푸른색 잎, 붉은색 줄기, 하얀색 꽃, 검은색 열매, 노란색 뿌리로 이뤄졌다. 다섯 가지 색을 품고 있어 예부터 `오방지영물(五方之靈物)`로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메밀은 흔히 먹는 열매뿐만 아니라 줄기와 잎, 껍질까지도 고혈압과 뇌출혈의 증상 치료약으로 사용돼 왔다. 특히 메밀 껍질로 만든 베개는 건망증이나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메밀은 까다롭지 않은 식물이다. 날씨가 춥거나 땅이 메말라도 잘 자란다. 씨를 뿌리고 60~100일이 지나면 수확할 수 있다. 흉년이 들었을 때 빈민들의 허기를 달래준 구황식이기도 했다. 메밀 열매는 세모 모양이다. 일부에서는 이 모양 때문에 메밀이란 이름이 붙여졌다는 얘기가 있다. `모가 난 밀`을 줄여 `모밀`로 부르다 메밀로 음운이 변했다는 가설이다.

어쨌든 메밀로 만든 음식엔 막국수 말고도 메밀부침개, 메밀산자, 메밀묵, 메밀술, 메밀쌈, 메밀전, 메밀만두, 메밀수제비 등이 있다.

◆ 1등급 식물성 단백질 풍부

= 메밀은 맛만큼이나 영양가도 뛰어나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영양소는 플라보노이드 화합물인 루틴이다. 비타민P로도 불리며, 혈관의 투과성 및 신축성에 영향을 주는 항산화 성분이다. 루틴은 모세혈관 벽을 튼튼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실제로 서양에서는 모세혈관과 관련된 질환을 치료할 때 메밀차를 이용한다. 루틴은 메밀국수를 삶는 과정에서 상당량 물에 용출된다. 이 때문에 국수를 먹을 땐 국물까지 깔끔하게 마시는 것이 좋다.

단백질의 왕으로 불리는 두부보다도 단백질 함량이 높다. 식물성 식품에서는 얻기 힘든 아미노산인 라이신도 풍부하다.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단백질 중 최고급으로 꼽는 이유다. 지방은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이 대부분이다. 아연, 망간, 마그네슘, 인, 구리와 같은 무기질도 풍부하다. 각종 비타민과 섬유소도 들어 있다.

한편 메밀가루 껍질에는 살리실아민과 벤질아민이라는, 사람에게 조금 유해한 성분이 들어 있다. 이런 성분을 제독시켜주는 가장 좋은 것이 `무`다. 메밀을 무와 함께 먹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등 성인병 예방에 탁월

= 메밀의 효능은 여러 나라의 고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메밀의 성질은 평하고 냉하며, 맛은 달고 독성이 없어 내장을 튼튼하게 한다`고 적혀 있다.

중국의 의서인 본초강목에는 메밀이 `위를 실하게 하고 기운을 돋우며 정신을 맑게 하고 오장의 찌꺼기를 없애준다`고 쓰여 있다. 일본의 본조식감에서는 `메밀이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메밀은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기 때문에 변비, 설사, 딸꾹질 등에 효과가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고혈압에도 도움을 준다. 이 밖에 혈당 조절, 신장 기능 개선, 체중 조절 등에 기여한다.

하지만 몸이 찬 사람,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돼 설사나 물변을 보는 사람, 저혈압 환자, 위장이 허약한 사람은 메밀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런 증상이 있는데 메밀을 먹게 되면 경우에 따라 정신이 혼몽해지고 어지러워 고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메밀을 돼지고기나 양고기, 조기와 같이 먹으면 풍을 일으킬 수 있고, 눈썹과 머리카락이 빠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도움말=최선정 아주대병원 영양팀장

[매일경제  조경진 MK헬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