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아침일기

아닙니다

文喆洙 2013. 9. 29. 12:03

 

아닙니다

 

나비냐고요?

아닙니다

 

두 달을 넘게 봐오던 숲속 가장자리

땅 속 깊게 구근을 살찌우던 산마가

창공을 향한 날개짓을 꿈꿔왔나 봅니다

 

꽃이 지고 열매가 달려

이승에서의 역할 충실하게 끝내고는 그 새

승천할 준비까지 마친 것이지요

 

이제 날을 일만 남았습니다

대지에 묶였던 삶의 의무를 끝내고

노을 짙은 바다를 향해 날아야지요

 

날 수 있습니다

 

2013. 9. 28. 행원리 숲속에서 본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