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喆洙 2015. 1. 6. 20:13

버찌




네가 까치발을 하고

조심스럽게 따낸 그건, 이미 익기로

꽃을 피울 때 부터 약속 했었다

지금 검붉게 바닥을 물들인 것은

바람과 시간의 심술일 뿐

그 바람에 그 시간에 우리도 

노출되어 있다


꽃으로 떨어졌거나

익지 못하고 떨어졌거나

다 익어 떨어졌거나

떨어지긴 매 한가지인데, 꽃으로

떨어진 것은 왜 더 안타까운지

약속을 잊은 바람 탓이겠지 마지막까지

멈추지 않은 시간 때문이겠지


2014. 5. 28.



검게 물들이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오래 가지는 않겠지만

모두 물들이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온몸을 던져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