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아침일기
전철1호선
文喆洙
2015. 1. 6. 20:23
전철1호선
빡빡하다
빈곤을 실감나게 하고
순정이 새 나가는 끈적한 접촉점
연명하려면
흰 형광등 아래서 몸을 팔아야 한다
미적지근한 뒷물이라도 후딱 하고
너보다 먼저 틈을 비집어야 한다
삶이 언제 이리도 풍성한 적 있었던가
[2014. 6. 13. 오전.
간만에, 1호선 전철에서 이따위 생각을 한다]
원하는 풍성함은 소유하지 못할 것이다
대신 원하지 않는 것들로 차고 넘칠 것이다
전철 안에서 밀려드는 살 냄새와
한숨에 섞여 나오는 근심과 걱정의 향기
각종 고지서와 독촉 전화들
반짝 한표를 흔들고는 이내 버림받는 습관
임신휴유증 같은 졸음
겨우 얻은 스마트폰 속에 빠진 행복 형식
아닌 척 애써 긍정하며 견뎌내야
잘 사는 의미있는 삶이라는 설교에 속아
지금 다시 빽빽한 전철 안에서
순결을 팔고 있지는 않은지....
그냥 주절거려 봅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