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아침일기
노가다가 된 시인
文喆洙
2015. 1. 6. 20:30
노가다가 된 시인
시인이 된 청소부
시인이 된 노가다
시인이 된 구두닦이
시인이 된 요리사 라고 하면
멋들어지게 들리는데
청소부가 된 시인
노가다가 된 시인
구두닦이가 된 시인
요리사가 된 시인 이라고 하면 왜
망가지는 듯 들리는가
[ 2014. 6. 23. 청주행 고속버스에서 ]
오래전 부산 쪽에서 시인이 된 청소부가 있다고 화제가 된 적 있다
희망과 꿈을 주기 위한 의도적 설정이었는지 알 수 없으나 어쨌던 성취의 모습으로 비쳐졌겠다
하던 일 정리하고 잠깐 샛길행 중인데 이 또한 잘 연결이 되지 않아
노느니 염불한다고 새벽 용역시장에 나가 호명을 기다려 본다
오래전 부도의 경험 후 한 삼년 현장경험이 있는 탓에 그다지 낫설지도 않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노가다가 된 시인에 생각이 멈췄다
젠장, 언제 제대로 시인이기는 했었나
가슴을 울리는 시 한편 써 본 적 있기는 한가
며칠을 더 비지땀 흘릴지 알 수 없으나
노가다가 먼저였으면 감동의 시편 한두개쯤 건져낼 수 있었을까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