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아침일기

비인, 다사항에서

文喆洙 2015. 10. 27. 10:31

비인, 다사항에서

 

 

 

오실 때는 탁한 뻘물로 오셨지만

철썩 처얼썩 뻘의 따귀 치며 오셨지만

바닥을 기어 기어이 오신 후

분노도 사그라지고 통증도 잦아져

떠날 때에는 맑게 가신다 하니

그렇게 지니고 오신 상처 내려놓으시고

가볍디 가벼웁게 다녀오신다면

아직도 벌건 상처로 남은 지문 자국일랑

바람을 핑계로 둘러 댈 것이오니 그대여

괘념치 마시옵소서

 

2015. 6. 21. 20:40

오전 잠시 짬을 내 바다를 보았다

 

서해 뻘에 남겨진 저 큰 지문들은 바닷물의 분노의 흔적 입니다

분노를 가득 안고, 상처를 껴 입고 다가오는 바다를 받아들인 건 침묵과 인내의 뻘

 

지금은 하나가 되어 침묵으로 서로를 다독일 때

잠시 찾은 바다는 뻘과 하나가 되어 묵념 중이고

심장을 정지시키고 결박 당한 어선만 바다의 등에서 바람에 몸을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