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喆洙 2015. 11. 2. 23:07

선택

 

 

 

물을 올리지 못하는 가지는

낙엽을 만들고, 딴에 단풍인 줄

아는 것들은 힘겹게 매달려 있다

 

가뭄에 뿌린들 지치지 않았을까

줄긴들 죽을 힘을 다해 밀어 올리지 않았을까

잎인들 함께 살아남고 싶지 않았을까

 

그러나 모두를 살릴 수 없을 때

누군가는 단풍이라는 이름으로 희생을

꾸며내고 미화해야 할 때

 

그 거짓을 밑천 삼아 하나씩

죽음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가을은

사실이 되고 아름다움이 되고

 

2015년 8월 15일 17:31

마른 가지는 벌써 낙엽을 생산한다

 

 

묵은 댓잎이 기왓장에 얹혀 한 해를 더 지상에서 유숙한다

바람만 잘 피하면 올 한 해 더 따스한 햇볕 즐길 수 있겠다

 

긍정을 위해서는 부정을 부정해야 한다

그러나 부정을 부정하는 것 보다 조금 더 쉬운 방법은 포기하는 것이다

죽음을 죽음이라 하지 않고 단풍이라 말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형형색색 얼마나 아름다우냐

 

가슴 속에도 끊임없이 자르고 죽여야 하는 것들 있겠다

그것들 다 단풍 들려면 눈물깨나 짜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들 다 아름다워지려면 내가 보이지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