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喆洙 2015. 11. 2. 23:12

커트

 

 

 

보랏빛 염색약이 배어들고 있었다

불쑥 들어서자 서둘러 모자를 쓴다

 

기계 소리가 머리 위에서 춤을 추고

비명 없이 잘려나간 삶들이 쏟아져 내린다

 

바람이 덜어낸 낙엽들이 거리를 배회하는

바리깡 같은 계절이 가슴에 입점 했다

 

모히칸 스타일을 거울 속에서 확인하곤

여름,  수고하셨습니다! 가을로 들어간다

 

2015. 8. 27. 09:38

머리 스타일을 바꿔봤다

 

 

어디든 어떤 일에든 전문가들이 있기 마련이다

원하는 것을 말해도 그건 습관이거나 취향이라며 자신이 권하는 방법을 따르도록 설득력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짧게 알아서 잘라 주세요 라는 주문에 얹어 출품된 모양새가 나쁘지 않다

 

내 것을 내 습관을 내 취향을 버리는 일이 쉽기야 하겠냐만은 계절도 제 때가 아니면 물러가는 걸 안다

 

고철 시인의 바지 구멍 사이로 드나들 바람도 이젠 가을 바람이겠다

손가락을 넣어보고 싶은 장난끼를 애써 감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