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아침일기

오늘 아침

文喆洙 2015. 11. 2. 23:17

오늘 아침

 

 

 

 

잘 잤군요?

밤새 찬바람에 질린 나무들에게

묵언의 인사를 건네기도 전

호치의 반가운 몸인사가 당도한다

 

장대비 들고 마당에 투신한

이젠 제법 익은 감이며 잎을 쓸고

근육을 풀어 역기 백여 개 들고

사료에 계란 비벼 호치 밥을 준다

 

텅 빈 머리를 뚫어

마당을 맴도는 바람에게 길을 내 주고

마루에 앉아 햇살이 그림자 벗겨내는

먼 숲 바람의 집을 바라본다

 

이제부터는 조금씩 놔야 할 시간

대지도 나무도

하늘마저도 구름 한 점 가지고 있지 않은데

수세미만 늦은 꽃 피우고 있다

 

2015. 9. 7. 07:08

찬 바람에 발이 시리다

 

 

멀리 도로공사 차량들이 분주하다

소리내지 않지만 텃받 채소들도 마른 땅에서 물 길어올리려 지쳐있을 계절인데 버려진 씨앗을 발아시킨 수세미만 유독 고추 같은 어린 수세미를 달고 있다

저 귀두에서 노오란 꽃이 피어날 것이다

 

바람이 제법 차다

넓은 감나무 잎을 흔드는 바람 소리 거칠어 지는 걸 보니

마음이 시리다고 여기저기서 전화통 꽤나 붙잡을 날씨다

그러나 바람이 차다고 서두르지 말자

그럴수록 마음은 더 뜨거워지는 법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