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아침일기
홍시 2
文喆洙
2015. 11. 25. 12:30
홍시 2
똑바른 대나무를 골라
장대 끝을 쪼개고 쐐기를 끼워
틈을 낸다
장대를 든다
감이 달린 가지의 10센티 위쯤
틈에 끼워 비튼다
뚝 소리와 함께 연한 가지가 부러져
손 안에 들어오지만 때로
완숙된 홍시는 장대를 비틀 때 꼬투리에서
과육이 떨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농익어 벌어진 감엔 앞서 다녀간
새도 있고 벌레도 있겠다
그 달콤함에 대하여 탓하지 말 것
꽃을 피울 때부터 네 앞에 놓일 때까지
모진 풍파 없었을까
갈등 없었을까
고비 없었을까
제 살 터지도록 통증을 승화시킨 시간에 대하여
고개 숙여 마땅하다
반짝이는 껍질은 위선이 아니라
더 빛나는 속살을 위한 전주
네게 달콤한 향을 주기 위해 채워둔 지갑
차갑다 놀라지 마라
냉정한 사랑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아도 좋다
하루쯤 가만히 둔다고 변하지 않는다
홍시는 살을 따는 것이 아니다
가지를 꺾는 것이다
2015. 11. 3. 07:05
서울 제일병원 가는 날
영월 어느 절간 화장실엔 사람의 똥이 없다
나무의 똥만 가득하여 누런 가을 냄새만 진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