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수론
이인수론
차분한 백발
가지런한 가르마
장발에 묶은 머리도 아닌
시원한 백구도 아닌 그가
막걸리 사발에 삶을 풀어내는
붉은 미소를 수줍게 날리는
사람을 마셔 사람에 취한 그가
선문답을 한다
"높은 산
깊은 계곡
낮은 물소리
불 끄고 돌아누워도
사람아,
더는 갈 데가 없구나"
세상 깊은 곳
하늘 얕은 곳
사람 속 계절 밖
제집처럼 드나드는구나
뜨거워 진저리 처지는 영혼
접질린 발목인들
묶어 낼 수 있겠느냐
마음의 키는 시동을 거는데
"가을 깊어
산불 났다네
짐승같이 살아간다는 친구여
함께 밤차를 타자
짖던 목소리 멈추고
마지막 소주를 마시자
가슴의 칼이라든가
간 쓸개 내놓았다든가
홀로 지키는 별이 있다든가
굳이 꺼내지 말자
새벽에 이르면
건너야 할 강물 위에
취하며 살아야했던 날들을
꺽꺽 쏟아버리자
버리고, 불 속으로 걸어가자
짐승같이 살았던 생과
개똥같이 내지른 시들이
울긋불긋 사리가 될 수 있는지
불타는 산에게 물어보자
- 겨울이면 늦다네"
절제라는 패달은 있지만
정지라는 브레이크는 없다네
세상에게 다가가고
자연에게 다가가고
사람에게 다가가네
그의 가슴에는
사람에게로 가는 철로와
마음에게로 가는 고속도로가 있지만
입구도 출구도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네
아니 아니 바람에게
길은 무의미 하다네
"달빛 없으니
차라리 좋구나
낙엽마저 걷어 낸
겨울나무 밑이라 좋구나
오늘의 희로애락
캄캄하게 지워지니 좋구나
움켜쥔 것 목맨 것
슬그머니 놓아버리니 좋구나
한 점 어둠이 되니
한낱 쓸쓸함일 뿐이구나
사람아,
바람이 분다"
몸은 멀리 있어도
그 사람의 향기 바람에서
걷어들이는 추수꾼이라네
트렉터가 없어도
콤바인이 없어도 그는
바람의 틈새에 끼어있는
한 줌 사람의 냄새
놓치지 않는다네 그것이
어째 그냥 가능한 일이던가
"사랑한다는 것은
칼바람 속 우뚝 서서
뼈를 드러내는 일이다
부르르 부르르
금 간 마디 꿰매면서
먼 데를 바라보는 일이다
뜨겁던 시절
고운 꽃과 잎의 시간
그 시든 기억 어루만지며
나이테 동여매는 일이다
쩡쩡, 하늘이 울면
괜찮다 괜찮다
시린 뼈마디마다
눈꽃 피우며 달래는 일이다
외롭지 않다
외롭지 않다
겨울이 목을 겨누어도
우직하게 기다리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는 사랑이라는 DNA로 구성된
사람이라는 영혼이라네
겨울이 왔네
늦지 않았을까 걱정이네
2015. 12. 22. 11:44
좋은 시를 읽게 해 주신 감사한 분입니다
순서대로 이인수 시인의 시
- 졸시, '속물'
- 졸시, '가을 엽서'
- 졸시, '사람에게 2'
- 졸시, '나목에게'
저는 올 해 마지막 공연이될 시노래패 울림의 울산 공연 일정에 참여하기 위하여 울산으로 갑니다
가는 길 술한잔 제대로 못하고 헤어진 첫 시집 '지극'을 상재한 노창재 시인을 만나보려 합니다.
김해나 부산도 연락드리지요 ㅎ
경남쪽에 계시는 분들 올해가 가기 전에 공연장에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인수 시인의 웃음이 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