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시론, 기타

오석균 시집 '기억하는 손금'을 읽고

文喆洙 2016. 4. 2. 22:20

오석균 시집 '기억하는 손금'을 읽고

 

 

 

낮달

 

        오석균

 

 

 

어렸을 적 심하게 앓아

말 잃어버린 우리 아버지

살리려고 독한 약 먹였다는데

동네 애들에게 놀림당하는 아버지가

살아 좋은 것은 무엇인지

말 안 통해 화내고 돌아서면

미안한 표정으로 늘 하시는 말

이따가 이따가

 

가뜩이나 풍파 많은 집안

늘 손짓과 표정들로 어수선한

조촐한 밥상

아침부터 어지러운 수신호에 헛배 부르고

날 붙잡고 말하는 아버지 외면하고 바라본 하늘가

창백한 달 하나

있다가 가다가

 

[오석균 시집 '기억하는 손금' (천년의 시작 2014)]

 

 

'노숙하는 시 1'에서 시인은 "길은 외롭다"라고 첫 행을 열면서  "흔들리는 사람 흔들리는 풀잎 / 흔들리는 불빛 아래 / 흔들리지 않는 길은 외로워서 서럽고 / 서러운 그 길이 가슴속에 찬 서리처럼 내려 앉는다"고 읊조린다. 헌데 이 외로움은 시인에게 있어 멈출 수 없는 현재진행형으로 보인다

동네 아이들의 놀림의 대상이었던 숨기고 싶었을 서러운 과거를 꺼내놓고도 그것들이 왠지 승화라는 옷으로 갈아입을 것 같지 않다

하여, 해설을 한 전해수 문학평론가의 "다만 그의 시는  외경의 대상인 저  하늘의 '시'가 아니라 이 땅의 '말'이다" 라고 정의를 내린 이유는 무척이나 피부에 와 닿는다

 

인용 시에서 시인이 태어나기 전부터 통증의 두터운 DNA를 유산처럼 대물림으로 가지고 태어났음을 알 수 있는데 기실 나는 오석균 시인을 만나본 적이 없다

그의 누이가 같은 단체 소속이어서 가끔 깊지 않은 가족사의 표면을 간이역을 지나는 기차처럼 스쳤을 뿐이다

동생의 시를 읽을 때  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던 이유를 시집을 들추며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굳이 시에 대한 느낌을 적으려 하지 않겠다

다만 술을 한잔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설교가 아닌 심연의 탄식,

그런 이의 입에서 나오는 읊조림을 듣고 싶은 사람이 있다

 

봄이 짙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