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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전 차관 - 부정과 불의에 오염된 우리 사회를 깨우치는 죽비소리

by 文喆洙 2010. 8. 24.

'유진룡 전 문광부 차관께'..
김정권 의원 도박게임 '바다 이야기' 감사 뜻 내 비춰..
권혜열 기자  
▲ 김정권 국회의원
2006-08-18ⓒ김해인터넷뉴스

김정권 의원은 16일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유진룡 전 문광부 차관께’라는 글을 올려 유차관 사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5월 '헌혈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하면서 문광부 직원들이 '사랑의 헌혈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유 차관에 대해 알게 되었다면서 그 이후  유 차관을 지켜보면서 "우리 정부에 이런 공직자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아울러 '사행성 게임과의 전투'를 시작하면서 고군분투(孤軍奮鬪)한 유 차관을 보며 '소신'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사태가 불거진 데에 대해 아쉬워 했다. "청탁이나 압력에 “아니오”라고 분명하게 외치는 것은, 부정과 불의에 오염된 우리 사회를 깨우치는 죽비소리"라고 한 김의원은 "그 대가가 아무리 가혹하고 힘겹더라도, 끊임없이 정의의 호루라기를 불어야 한다"고 했다.

▲ 유진룡 전 문광부 차관
2006-08-18ⓒ김해인터넷뉴스

또한 "유차관의 고통과 희생으로,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이 나라가 조금씩 바로 서고 맑아질 것을 믿는다"며 8일째 연락이 두절 된 유 전 차관의 안위를 걱정하기도 했다.



[전문 보기]

찌는 듯한 더위에 마음고생까지 겹쳐, 어떻게 지내십니까? 대문에서 기자를 맞은 유차관이 “이제 그만 하자, 제발 좀 봐 달라”고 하소연하더라는 기사를 읽으면서, 그 착잡하고 당혹스런 심사를 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유차관은 저를 잘 모르실 겁니다. 상임위가 문광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행자위인데다, 유차관이 너무 빨리 경질되는 바람에 면식을 나눌만 한 기회가 없었던 거지요. 그러나 저는 최근 몇 달 동안 유차관을 눈여겨보며 “우리 정부에 이런 공직자도 있구나” 하는 ‘즐거운 관음증’을 누려 왔습니다.

제가 유차관께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 5월 말입니다. 문광부 직원들이 ‘사랑의 헌혈행사’를 가졌다는 뉴스를 접하고부터였습니다. 저는 5월 1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헌혈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주최했습니다. 후속대책으로  소득세를 감면해 주자는 개정법률안을 발의한 터였으므로, 헌혈 관련 기사에 눈이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기사를 통해 문광부 안의 가톨릭, 불교, 개신교 직원모임이 이 행사를 공동으로 마련한 점, 유차관이 종종 헌혈을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지요. 직원들 사이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어떤 분일까, 인터넷으로 유차관의 평소 활동을 검색해 보면서 저는 ‘팬’이 됐습니다. 행정고시를 통해 사무관에 임용된 후 문화산업국장, 정책홍보관리실장을 거쳐 차관에 오른 이력, 그리고 많은 특강과 기고, 토론회를 통한 정책전문가로서의 면모를 유심히 보았습니다. ‘문화관광과 투자유치’ 스포츠 여가산업을 다룬 ‘꿈을 꾸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 등의 글을 특히 관심을 가지고 읽었습니다. e-스포츠 분야 육성에 대한 열의에도 공감했습니다. FTA협상 문제나 국방, 외교 등의 현안을 두고 우왕좌왕하는 현실이 현 정부의 ‘전문가 부재’에 기인한 바 크다는 생각이기에, 유차관은 ‘보배’처럼 돋보였습니다.

그러나 굳이 전문성만 따지자면, 무려 27년 세월을 문광부 밥만 먹은 유차관이 문화정책 전문가가 되지 못했다면 이상한 일이겠지요. 제가 ‘팬’을 자처하게 된 것은, 전문성이 아니라 유차관의 ‘소신’ 때문입니다. e-스포츠 육성기반을 닦기 위해 열성을 다하는 한편, 사행성 도박게임을 규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인 그 소신 말입니다.

유차관은 지난 5월 17일 기자브리핑을 갖고 ‘사행성 게임과의 전투개시’를 선언했었죠. 민간 기구인 영상물등급위원회에는 ‘바다 OOO’ ‘황O성’ 같은 사행성 게임 불허를 끈질기게 요구했으나 ‘묵살’됐다지요. 보통의 경우와 비교하면 마치 민?관의 역할이 바뀐 듯 황당한 일입니다. 유차관이 우려했던 대로, 그 게임들은 ‘시장’을 휩쓸면서 숱한 ‘게임 파산자’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유차관이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사행성 성인오락기의 위험성을 세 차례나 경고했었다는 ‘뒷얘기’를 언론에 공개한 것을 보고는, 오죽 답답했으면 저럴까 싶었습니다. 문득 ‘고군분투(孤軍奮鬪)’라는 낱말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런 차에 듣게 된 유차관의 경질소식은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차관직은 정무직이라지만 ‘내부 승진’ 케이스였고, 취임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경질하면서도 인사배경을 “정해진 절차와 기준을 지켰다”고 동문서답하는 청와대가 궁색하게만 보였습니다.

청와대가 다시 입을 열면서 ‘드러난’ 유차관의 ‘새로운 면모’는 저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주장에 따르면 유차관은 맡겨진 직무를 나몰라라 한 게으른 공무원이고, 신문유통원이 직원들 급료조차 주지 못하고 부도위기에 몰렸는데도 수수방관한 무능한 공무원이더군요. 

청와대 수석과 홍보기획비서관의 인사 압력을 거부한 죄, 민정수석실의 비리조사를 받고도 순순히 물러나지 않고 버틴 죄, 말을 안 들으면 국장들 몇 사람까지 자르겠다는 협박에 꿈쩍도 하지 않은 죄, 이런 괘씸죄가 아니라면, 유차관은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는 셈이지요. 하지만, 유차관이 굳이 입을 열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유차관을 대신한 무수한 입이 언론과 인터넷을 달구고 있으니 말입니다.

문제가 된 아리랑 TV 부사장직은, 청와대 홍보수석이 술자리에서 고향 후배에게 “해 볼 생각 있냐?”고 선 제의한 다음 유차관에게 부탁을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부탁을 들어주기는커녕 부사장 자리를 아예 없애버린 유차관에게 앙갚음 차원의 비리조사를 시켰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유차관이 문광부의 다면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유능한 차관이라든지, 문광부 직원들이 “우상이 떠나갔다‘고 애석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세울 것도 없습니다. 홍보수석실 관계자가 유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배 째 달라는 말씀이지요? 예, 째 드리지요”라고 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 말 안에 모든 답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옛 일 한두 가지를 상기해 보려고 합니다. 그 첫째는 이문옥 전 감사관 사건입니다. 90년 당시 23개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 실태와 한창 진행하던 조사가 재벌들의 로비로 중단된 사실을 폭로했던 일 말입니다.

90년 구속 당시 검찰은 그를 ‘인사불만에 따른 기밀누설자’로 폄하했습니다. 그러나 6년만에 이감사관은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아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내부 고발자 모임인 ‘공익제보자를 위한 모임’이 발족했고, 부패행위 신고자 보호 보상을 위한 ‘부패방지법’이 제정됐습니다.

관권선거를 폭로했던 한준수 전 연기군수,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했던 윤석양 이병, 군 부재자 부정투표를 폭로한 이지문 중위도 있습니다. 이중위 역시 3년간에 걸친 재판 끝에 대법원의 파면취소처분과 함께 중위신분으로 명예전역한 바 있습니다. 또한 군 부재자 투표제도가 영외투표로 개선되었고, 2002년 1학기부터 초,중,고교의 교재에 이문옥 감사관, 한준수 전 연기군수와 함께 부정과 비리에 저항한 용기 있는 인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같은 결과를 얻기까지 당사자들이 겪은 고초야 이루 말할 수 있겠습니까. 배신자로 낙인 찍혀 ‘조직의 쓴맛’을 보았고, 한준수 전 군수의 경우는 그가 고발한 사람보다 오히려 중형을 받기도 했습니다. 윤이병은 기자회견장에 나간 행위가 ‘특수 군무이탈’로 간주되어 2년의 실형을 살았지요. 이중위도 기자회견장에서 체포되어 이등병으로 강등과 함께 파면 당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만약 불의에 순응하고 침묵했다면, 우리 사회는 그 시절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지금도 부정과 압제 아래 살고 있을 것입니다. 청탁이나 압력에 “아니오”라고 분명하게 외치는 것은, 부정과 불의에 오염된 우리 사회를 깨우치는 죽비소리입니다. 그 대가가 아무리 가혹하고 힘겹더라도, 끊임없이 정의의 호루라기를 불어야 합니다.

유차관의 고통과 희생으로,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이 나라가 조금씩 바로 서고 맑아질 것을 믿습니다. 부디 몸 보중하시고, 힘내십시오.

2006. 8. 16

국회의원 김 정 권

▲ 김정권 국회의원

 

 

 

[기사 검색중 지인의 친구인 유진룡씨의 기사가 새로운 감동을 주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