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사랑방 준비를 위해 군산 공설시장을 가서
광목 스물네 마를 끊고 칠만 원을 결재한다
포목점을 오래 하면 표정이 온화해진다는
일행이 건네는 말에 환한 미소가 은은히 피고
검붉은 소파를 하얗게 위장하려는 거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아 무뎌진 가위 두 개를
관광상품처럼 조작된 대장간에 맡긴다
예리할수록 원하는 치수에 가까워지겠지
매일 매일 타인을 재단하기 위한 머리는
살아온 나름의 기준으로 더 날카로워 진다
삶이 팍팍할수록 애써 벼르지 않아도
무뎌지기는커녕 도리어 날카로워지는 땅
내 눈금은 정확하고 내 가위는 예리하다고
자신하던 시간들은 붉게 녹이 나고 있는데
예전엔 급했을까 그라인더 자국 깊게 패였다
숫돌로 갈아내기에는 이미 불가능 하단다
2015. 10. 9. 09:22
내가 재단한 것들은 아프지 않았을까
매일 길을 나선다
오늘 새벽 하늘에서 빛나던 저 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