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귤 한 상자를 들고 구재기 시인 댁을 찾았다
좋은 말씀과 쓴 말씀을 듣고 돌아서는데
귤 상자를 뜯으시더니 검은 봉투에 담으신다
그만하시라는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내 집 안에 들어왔으니 내꺼라 내 맘대로여"
한참을 퍼 담으시고는 묵직하게 건네신다
"됐지?"
내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의 주인은 누구일까
선물로 건넨 마음은 받은 사람의 것일까
귤처럼 뚝 잘라 건넬 수 있는 마음이라면
구겨진 봉투에 담아 내밀어도 따뜻한 것이라면
받은 사람 마음대로 돌려줄 수 있다면
손에서 손으로 건네주면서 한마디 할 수 있다면
"됐지?"
2016. 1. 7. 10:14
마음도 소분할 수 있다면....ㅎ
귀농인협의회 총회를 앞두고 감사준비와 총회 준비를 한다고 마음만 분주한데 별 의미없는 것들로 실랑이를 벌이는 꼴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로 자존심 운운하며 달겨드는 것을 보면 헛웃음만 나온다
정작 싸워야 할 것들에 대하여는 침묵하고 외면하는 사람들의 모습....
돌려줄 수도 없고 돌려 받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엔 미련을 갖지 말아야 한다
줄 때와 받을 때의 그 뜨끈했던 사실만 가져도 충분하지 않은가
한 때 뜨거웠던 것들이 식어지는 건 당연하다
식어가는 시간의 길이가 다를 뿐 영원한 것은 없으니
너 자신은 여전히 뜨거운지 자신에게 먼저 물어봐라
연초, 대전역 광장을 지나는데 금이빨을 산다는 입간판이 눈에 들어와 지나쳤다가 돌아와 한 컷 눌렀다
먹을 음식이 없는데 씹을 이가 왜 필요하냐고 시위 중이다
음식이 내 손에 있은 후에 이가 필요하니 우선 이라도 팔고 씹을 걱정은 나중에 하라고 재촉 중이다
금이빨 하나 없는 나는 나중에 허기를 뭘로 채울지 잠시 생각해 본다
'금니'도 아니고 '금이빨'이라는 걸 보니 완전 개 취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