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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방/관심

[스크랩] 15년 전 신장 기증했던 신혼부부 다시 만나보니…

by 文喆洙 2010. 9. 13.

 

십오 년 전 함께 신장을 기증했던 신혼부부를 만났다. 당시 어린 아들 하나를 두었던 부부는 최근 두 딸을 얻어 더욱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장 기증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하나 뿐인 아들도 자세히 알지 못할 정도로 소리 없이 사랑을 실천한 이들 부부와 가정을 만나보았다.

 

"신장 기증이요? 굉장히 오래된 이야기네요." 1994년 여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보름 차이로 신장을 기증했던 한 신혼부부. 남편 우승현 씨와 아내 김정옥 씨 두 사람은 신장을 기증했다는 사실을 거의 잊고 살아왔다고 했다.

 

지금은 대입을 앞둔 열아홉 살 아들  재훈이도 엄마 아빠가 신장 기증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 아주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당시 이들에 대한 취재 열기는 대단했었다.

 

SBS 8시 등의 매체는 앞을 다투어 이들의 사연을 실어 나른 데다 MBC의 대표 시사프로그램 2580에서 이들 부부의 신장 기증 수술, 입원과 퇴원을 집중 보도하였다. 그게 벌써 15년 전 일이다. 그동안 어찌나 열심히 살아왔던지 부부는 그 추억을 꺼내어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남들에게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들에게는 신장기증이 대단한 자랑거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어렵다거나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기증하지 못했을 거예요." 부부는 결혼한 지 일 년쯤 되었을 때 함께 출석하던 교회에서 신장을 기증한 장로님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아 나란히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희망등록을 했다. 가족들도 반대하지 않았고 열린 마음으로 응원해 주었다고 했다. 특히 김정옥 씨의 어머니가 사위와 딸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셨다고 한다. 부부는 '동시 신장 기증'의 기록을 세울 뻔하였다.

 

같은 시간 신장 기증 수술을 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우승현 씨의 신장을 이식 받기로 한 환자가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수술이 늦어졌다. 수술 날짜가 늦어져서 일로 복귀가 늦어졌지만 우승현 씨는 그 또한 기쁘게 받아들였다. 김정옥 씨는 수술 당시 딱 한번 이식인을 보았을 뿐 이제껏 소식도 모르고 지내지만 우승현 씨는 아직도 이식인과 안부를 묻고 있다.

 

"정말 좋으신 분입니다. 잊을만하면 꼭 연락을 주시고 본인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이며 손수 농사지은 것들도 보내주십니다." 부부는 이제야 당시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듯 웃음을 지었다. "먼저 수술한 집사람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고 했었거든요. 저 들으라고 일부러 그랬나 봐요. 꼭 지금 장기를 기증하지 않더라도 사후 장기기증에 많은 사람들이 차명했으면 좋겠네요. 지금도 종종 지인들에게 서약을 권하고 있습니다."

 

우승현- 김정옥 부부는 이웃사랑에 늘 한 마음이었다. 이들 부부는 6년 열애 끝에 결혼하였는데 연애시절 해외 입양아의 불행한 현실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입양을 결심했다고 한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젊은 커플이 우리 아이를 따로 낳아 기를 필요 없이 낳아놓은 아이들을 입양하여 훌륭히 기르자고 약속한 것이다. 이후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하지만 입양을 하기엔 경제적 형편이 입양심사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그 사이 두 사람에게는 허니문 베이비인 재훈이가 생겨 입양에 대한 꿈은 미뤄졌다.

 

 

그러나 이후에도 우승현-김정옥 부부는 입양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재훈이가 동생을 낳아달라고 졸라도 "곧 데려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라고 대답하곤 했다. 때는 2008년 여름, 집을 마련하고 여유가 생기자 부부는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대한사회복지회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두 딸을 만났다.

 

처음에는 한꺼번에 둘씩이나 입양할 생각이 아니었다. 입양에 대한 상담은 한 사람씩 따로따로 이루어졌다. 김정옥 씨는 상담사로부터 연년생 자매를 입양할 의향이 없냐고 물음을 받고 잠시 쌍둥이처럼 똑같이 하얀 원피스를 입고 활짝 웃는 꼬마 숙녀들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그 당시 부부는 동시에 "좋습니다. 찬성이에요. 정말 멋진 생각이네요"라고 외쳤다고 한다. 부부의 의견일치로 그들의 가정에는 갑작스레 두 딸이 생겼다. 딸들의 이름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을 한 자씩 따서 '승아'와 '정아'로 지었다. 온가족이 두 아이를 예뻐했다. 특히 우승현 씨는 딸들의 애교에 쓰러질 듯 기뻐했다. 부부의 관심이 온통 여동생들에게 쏠리자 짐짓 점잔을 빼며 "니들 언제까지 그렇게 애교 부리는지 두고 보자"라고 했던 아들 재훈이도 오랫동안 기다렸던 동생들에게 제법 오빠 노릇을 하고 있다.

 

"우리 딸들 김연아 닮았죠?" 우승현 씨는 핸드폰 액정 사진을 보여주며 딸들을 자랑했다. 승아와 정아는 연년생인 탓에 남들이 쌍둥이냐고 물으면 "연년생이에요"하고 똑 부러지게 대답하고 어느 날 장난기가 생기면 "쌍둥이에요. 누가 언니일까요?'하고 대답하기도 한다.

 

"결혼 전부터 늘 남을 돕고 살자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어요. 그런데 능력도 시간도 없이 바쁘게만 살다보니 많이 도와주지를 못했네요." 많이 나누어 준 만큼 욕심도 꿈도 큰 이들 부부와 가족들. 아이들이 커 가면 갈수록 그들이 뿌린 사랑도 겨자나무처럼 무럭무럭 커갈 것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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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따스아리 (따뜻한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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