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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방/경매

권리분석의 핵심 '말소기준권리'

by 文喆洙 2012. 2. 6.

권리분석의 핵심 '말소기준권리'

 

 

법원경매의 또 다른 메리트는 지저분한 등기부상 권리를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데 있다. 고맙게도 법원에서 빚잔치를 대행해 주는 것이다.

반면, 일반 매물에 가압류라도 한 건 있으면 어떨까? 매수인은 무슨 큰 일이라도 있는 줄 알고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경매물건에 있는 권리는 모두 말소되어 소멸될까? 절대 그렇지 않다. 분명히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권리가 존재하며, 부주의시 재테크는 고사하고 엄청난 화를 부를 수 있다.  

권리분석의 3대 요소는 등기부상의 권리, 임대차 권리, 기타 유치권과 같은 권리이다. 이들 권리들은 목적물이 경매로 진행되면 순위에 따라 각자의 밥그릇을 챙겨가기 위해 줄을 선다. 다만 줄을 서는 건 그들 사정이고 응찰자 입장에서는 어떤 권리가 말소(소제주의)되고 어떤 권리가 인수(인수주의)되는지를 명확하게 솎아내야 한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수 많은 권리 중 누군가가 기준점이 되어 주어야 하는데 그 기준점이 바로 '말소기준권리'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말소기준권리는 등기부상 가장 빠른 압류, 가압류, 담보가등기, 저당, 근저당, 경매기입등기 6개이며, 이 외 전세권도 예외적으로 될 수 있다. 물론 다른 권리는 이유를 막론하고 자격에서 제외된다. 다시 말해 권리분석의 3대 요소 중 등기부상 이들 권리만 해당되고, 기타 임대차 권리나 법정지상권, 유치권 같은 특수물건은 제외된다는 뜻이다.

이들 말소기준권리를 유심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금전채권'이란 점이다. 즉, 돈을 회수하기 위한 수단과 목적으로 등기를 설정했을 뿐 용익물권 처럼 목적물을 사용, 수익하기 위함이 아니란 것이다. 이는 등기부상 가장 빠른 지상권이 말소기준권리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만약 이것을 말소기준권리로 인정해 준다면 용익물권인 전세권이나 지상권 등은 그 자체가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말소기준권리 그 자체가 법으로 말소(소멸)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정당한 방식으로 타인의 토지에 집을 지은 후 30년이란 지상권을 설정하고 사는데 어느 날 갑자기 후순위 채권자의 경매신청으로 쫓겨난다면 누가 봐도 합리적이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 민법은 이처럼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 줌과 동시에 소제주의에 입각하여 말소기준 이후의 권리는 과감히 말소시킨다.

그렇다면 법률상 보장 받는 최소한의 권리는 무엇일까? 가처분으로 대체 예정인 예고등기를 제외하고 말소기준권리 보다 앞서거나 순위와 무관한 다음 권리들이다. 즉, 낙찰자가 인수할 수 있는 치명적인 권리이다.

◆ 등기부상 권리 :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가등기(매매예약), 가처분

◆ 임대차 권리 : 배당신청을 하지 않은 대항력 있는 임차인 

◆ 말소기준권리와 무관한 특수물건 : 법정지상권, 분묘기지권, 유치권

따라서 이들 권리만 유의하면서 권리분석에 임하면 된다. 하지만 여기서 꼭 짚고 넘어 가야 할 권리가 있다. 때로는 말소기준권리도 되면서 낙찰자가 인수할 수도 있는 '선순위 전세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전세권은 용익물권임과 동시에 담보물권이란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응찰자 입장에서는 등기부상에 설정된 전세권이 말소기준권리 보다 후순위라면 신경 쓸 일도 아니지만 선순위라면 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다.

말소기준권리가 될 수 있는 전세권의 조건은 크게 세 가지이다. 선순위 전세권이 경매신청자인 경우와 배당요구종기기일 이내에 배당신청을 한 경우, 그리고 목적물 전체에 전세권을 설정한 경우다. 이 중 세 번째 부분은 지뢰의 뇌관과도 같이 함정이 도사리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목적물 전체라 함은 토지와 부동산 모두를 지배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는 아파트나 빌라와 같은 집합건물에는 해당된다. 

그러나 다가구나 단독주택은 대부분 토지를 제외한 건물에만 전세권을 설정하므로 자격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말소기준권리가 되지 않는 단독주택 등에 설정 된 선순위 전세권은 배당신청 여부에 따라 일부 또는 전액을 낙찰자가 인수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어느 혹자는 배당요구종기기일 이내에 채권계산서를 제출하면 하자가 없다고 하지만 근거 없는 낭설이다. 

이처럼 경매는 말소기준권리가 '태풍의 핵' 처럼 활동하면서 주변 권리들을 살리기도 하지만 희생시키기도 한다. 경매사건은 말소기준권리가 경매신청자일 수도 있고 다른 권리에 의한 경매신청일 수도 있다. 진정한 프로페셔널은 단순히 인수되는 권리와 말소되는 권리만을 따지지 않는다. 소멸되는 후순위 권리라도 명도(강제집행 등)란 암초와 부딪칠 것을 고려하여 처음부터 치밀한 전략을 세운다. 말소기준권리가 그 시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