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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아침일기

모자

by 文喆洙 2013. 11. 11.

 

모자

 

쇠소깍 해안 짠내를 빤다

십여년 훌쩍 자리를 지켜온 모자

먹을 갈아 염색을 했었지만

먹물은 모자와 동행할 의지가 없다

물만 닿으면 물길에 묻혀 슬쩍

달아난다 모자는

보낼 준비가 되지않았는데 그 날 부터

지금까지 조금씩 떠나고 있다

 

인연이 아닌게야 보내는

시간이 걸리는 건 사랑이라기보다

집착이거나 약하게는 미련인게야

말하면 뭐하나 오랜 시간

탈색을 진행하였건만 아직도 남은

진정이 있으니

잊기나 하겠어 품고 사는거지

하면서도 지금 또 물길 따라 보낸다

가을색은 썩기라도 하지

시작은 끝을 전제한다고 하더니 아니

시작이 끝인게야 다만 시작은 짧고

끝은 길 뿐

 

2013. 11. 11. 오래된 모자를 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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