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쇠소깍 해안 짠내를 빤다
십여년 훌쩍 자리를 지켜온 모자
먹을 갈아 염색을 했었지만
먹물은 모자와 동행할 의지가 없다
물만 닿으면 물길에 묻혀 슬쩍
달아난다 모자는
보낼 준비가 되지않았는데 그 날 부터
지금까지 조금씩 떠나고 있다
인연이 아닌게야 보내는
시간이 걸리는 건 사랑이라기보다
집착이거나 약하게는 미련인게야
말하면 뭐하나 오랜 시간
탈색을 진행하였건만 아직도 남은
진정이 있으니
잊기나 하겠어 품고 사는거지
하면서도 지금 또 물길 따라 보낸다
가을색은 썩기라도 하지
시작은 끝을 전제한다고 하더니 아니
시작이 끝인게야 다만 시작은 짧고
끝은 길 뿐
2013. 11. 11. 오래된 모자를 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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