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엿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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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낱의 꽃잎에게는 혹독하기 그지없지만 이미 엎질러진 꽃잎들은 견디는 일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다시 오므라들어서 꽃받침 속으로 도망칠 줄 모른다
묵은 김칫독을 씻어 해감 차 담가놓은 물 항아리를 깨는 삼월 한파를 고스란히 겪는다
식물의 유전자는 도무지 요령부득이다
꽃은 확신에 차서 꿋꿋이 여린 꽃잎을 틔워 올리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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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게 피는 꽃들은 봄의 변덕을 불평하느라 꽃 피우는 걸 잊어버리지 않는다
제 생명의 지시를 따라 묵묵히 몸을 열 따름이다
P 48 '먼저 피는 꽃' 중에서
시는 순간의 강렬한 인상이요, 계기판의 눈금이 치솟는 임계치의 경고요 그런 실상의 그림자라고 말하는 정재분 시인이 '정신과 표현'과 '애지'에 나무를 주제로 연재했던 글들을 묶어 낸 것이다
'시의 생리, 시의 문법에 의존하여 사물을 읽었으나 새롭게 생긴 시각을 검증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객관성이라는 대척점에서 사물을, 생명을 재조명 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새로운 인식들이 나무를 통하여 지면에 활자화 되었다
' 꽃은 확신에 차서 꿋꿋이 여린 꽃잎을 틔워 올리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을 모른다' 는 시인 또한 주관적이던, 객관적으로 주어진 자연의 순리에 따른 것이던 주옥 같은 작품들을 틔워 올릴 것을 기대하며 페이지를 넘긴다^^
문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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