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22일
때론 당황스럽기도 하고
때론 궁금하기도 하지만
요새 아이들 말로
' 이건 뭥미?'
"서정적 문체 대신 작가의 의도에 따라 변형 혹은 굴절된 공간으로 전이시켜 ..시적 공감으로 환치시킨다" 는 가시리 시인의 말씀이나 또는 "기계적 언어의 틀을 깨고 형식을 파괴하여 " 라는 김태원 시인의 말을 궂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손가락에 침도 마르기 전 눈을 의심하게 되고 놀라게 된다
더구나 시는 간결해야 한다는 기본에 충실하려 자꾸 깎아내다 보면 뼈까지 깎아내는 오류를 종종 범하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도대체 뭘 더 깎아내야 하는가 아파하다가 떡하니 발견했다
ㅡㅡㅡ 나를, 나의 고정관념을 깎아내는 것이 먼저구나......
한줄 시도 쓰고 아포리즘도 즐기는 나 역시 이런 용기는 없었으니까
누군가의 시집을 보면서 그것이 작품의 내용이던 형식이던 비수가 되어 돌아온 적은 그닥 흔치 않았다
다음 시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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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계약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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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다섯자 내용 두자
만약에 진짜 만약에 이 시를 내가 썼다면 여기서 더 무얼 깎을까
받침을 빼내어 '사라'로 퇴고 해야 할까
노예계약서이니 그래도 사는게 낫다는 의미로?
페이지를 넘기니
이혼은 특별사면이란다
아~~~~~나보다 말이 더 짧은 그대여
숨통 뚫어줘서 고맙다
긴긴 동아줄 같은 시의 넝쿨 속에서 얼마나 고민이 많았겠나
박수를 보낸다
고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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