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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시론, 기타

고광선의 ‘보리새우’를 읽고 / 문철수

by 文喆洙 2015. 1. 10.

고광선의 ‘보리새우’를 읽고  /  문철수




   詩시란 참 웃기기도 한 것이 같은 시라도 유명한 시인이 쓰면 무슨 깊은 뜻이 있는 것처럼 게거품을 물고 앞 다투어 원하지도 않는 칭송의 변들을 쏟아내고, 무명의 시인이거나 시인이 아닌 자들이 쓰면 사유의 부족함이니 멀었느니 시도 아니라느니 떠들며 스스로 내면에 꾸겨 넣어 놓았던 편견이라는 화선지를 꺼내어 화려한 칼라의 말잔치를 벌이기도 한다.

   어리석은 나도 가끔은 너무나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세상은 한 가지를 가지고도 60억 인구가 60억 가지의 생각을 하는 무시무시한 집단인고로 스스로도 위로를 받고 살지만 때로는 그 무엇인가에 대하여 한마디 던지지 않으면 외로움의 깊이가 깊어질까 냅다 던지게 된다.  이 시를 보면서 지금 그렇다.

   

    관념, 해학, 풍자의 글은  읽는 독자가 그 글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더러 있다.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작가의 사유가 그 글을 쓸 정도로 사유의 성숙이 또는 철학적 성숙이 되어있지 못하다는 것과 때로는 부족한 표현력 때문이랄까. 일부에서는 독자의 어리석음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무책임한 작가들의 변명일 소지가 더 크다고 본다.

    또한 어리석게도 이런 글들은 대게 현란한 언어의 잔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더 많기도 하고,  나름대로 강조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하여 반복된 표현의 진열장 같은 느낌을 줄 뿐 짧게 몇 마디면 충분히 그 속을 들여다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게 쓸 수 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을 가지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면 다음의 작품은 어떠한가

    


바다가 좁긴 좁나 보다

평생 기지개도 켤 수 없으니


그물에 걸려

바다를 흔들다

이참에 뭍에 올라

미분양 아파트나 한 채 분양 받아서

신혼 살림을 차리고 싶은데

땅은 또 얼마나 좁을까


바다도 좁아서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했는데


(고광선의 보리새우 전문)


   난 사실 이 작품을 보면서 철학적 사유 이전에 ‘미분양 아파트’에 눈이 멈추었다.  이 시에 있어서 2연 4행은 선문답같이 어렵고 무거울 수 있는 글의 맛을 현재를 풍자하는 한편 날카로운 풍자시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 시를 퇴고해 본다면 “좆같아서 못 살겠다” 와 뭐가 다른가. 

    그곳이 육지건 바다건 허리 펴지 못하고 살아가는 서민들의 답답한 일상과 미분양아파트나 또는 임대아파트 한 채라도 얻어서 허리 한번 제대로 펴고 살고자 하는 것이 서민들의 꿈일진대  그것은 정말 꿈일 뿐이고 현실은 점점 더 보리새우의 모습을 닮아가야 하지 않는가.  딱딱한 등껍질처럼  굳어버린 마음과 인정들은 또 어찌해야 하는가. 

   다른 방향으로 바라본다면  새우의 원대한 이상을 세상이라는 현실이 받아들이지 못하여 허리를 펴고 싶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이 작품이 잘 지어진 훌륭한 건축물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생각을 가질 수 있고, 이렇게 끄집어내어 하나의 작품으로 내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하는 부분에 대하여 우선 격려를 보내지만 훌륭한 건축물이 되기 위해서는 더욱 치열한 감각적 리모델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이나 연을 나누는데 있어 좀 더 기교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면서 더욱 발전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게 하여 감사하는 마음도 함께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