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쟁이
송찬호
비 온 뒤
생긴 물웅덩이에
소금쟁이가 이사왔다
물에 뜬 소금쟁이가
그 긴 다리로
물을 꾹꾹 눌러보며 말한다
물이 참 딴딴해
여기서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보은문학회 문장대 17집 꽃들은 조연이다 중에서]
한 사람을 알아가고 그 사람을 통하여 좋은 시들을 만날 수 있다면 시를 쓰는 사람으로는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내게는 많은 선배 시인도 계시지만 청주 김태원 시인이 도반으로서 시의 길을 동행하는데 '그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이 세상에 / 꽃들은 조연이다 / 산과 바람은 영상이다 / 그럼에도 / 꽃들은 천상을 알리고 / 자연과 바람은 / 초월하여 푸르다 / 신들의 시야에서 / 시험에 든 입구 // 영상 속에 / 주연이 되고픈 / 인간만이 생병을 앓고 있다 / 그리움의 대상, 지천 [김록수, 꽃들은 조연이다 전문] 에서 제목을 따온 보은 문학회 문집을 받아들고 한참을 멍하니 생각을 이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그 안에 수록된 작품들 때문이겠다
어느 것 하나 시인의 혼이 녹아들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이 감동을 가져다 주는 일이 어찌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그렇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고 취향이다
소금쟁이의 발을 본 적이 있는가
어려서의 기억이지만, 오리발 처럼 넙적하지도 않은 발로 물이 단단하지 않으면 어찌 밟고 떠 있겠는가
그러나 보라
조연들은 천상을 알리고 늘 푸르건만 인간만이 생병을 앓고 있지 않은가
주연이 되고픈 욕망, 발바닥으로 지탱할 수 없을 만큼 가지고 채우려 하는 욕심이 물 속으로 가라앉게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이젠 그것이 본능이 되어 수신으로도 극복할 수 없음을
저 날짐승은 / 무엇이 그리도 애달아 허공중에 가까스로 매달려 / 진종일 저리 퍼덕이고만 있는가 // 저 날짐승은 / 온통 날개뿐인 몸을 가지고도 / 무엇이 그리도 저어하여 움켜진 막대 끝을 / 끝내 놓지 못하는가 // 번번이 웅크리고 / 번번이 좌절하면서 [김태원, 깃발 부분] 도 무소유의 축복에서 벗어나 유소유의 절망으로 들어가려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지
오늘 또 하늘이 주는 따스한 햇살을 무료로 잔뜩 사용하고 들어와 부른 배 두드리며 배고픈 타인을 잊는다
그러고 보니 나도 물에 뜰것 같지 않다
결코 물은 나에게 딱딱함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절망할 일은 아니다 위로는 되지 않겠지만 깃발은 그 날개뿐인 온몸을 가지고도 날지 못하지 않는가 움켜진 막대 끝을 끝내 놓지 못하지 않는가
갈라지고 헤지고서야 내려놓지 않던가
2015. 1. 10. 20:09 비인에서 [ 바위사진은 제주 하효동 바닷가에서 촬영, 일그러진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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