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참나무 이야기
문철수
뙤약볕에서는 몰랐네
왜 나무들이 그리도 무성한 잎 달고 있는지
서로 잎을 부대끼며 낯부터 밤까지 서걱대는지
알지 못했네
봄부터 가을까지 그렇게 싱싱하게
온산을 그림자로 덮어주던 나무들 사이
겨울이 되면서 외투를 벗은 알몸으로 섰네
서로에게 빛 더 주기 위해 스스로 벗었겠지 라는 생각이
왜 이제야 들었을까
겨울 산 오르며 가지사이로
찢어져 들어오는 아픈 햇살에 쏘이고서야
나무보다도 어리석다는 것 알았네
[ 화살, 1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