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시를 읽다
이인수
고요한 새벽
펼친 시집 위로
날벌레 한 마리 기어왔다
비척비척 온몸으로
어느 구절 성큼 지나치고
어느 구절 곰곰 머물더니,
마침내
절명구를 골랐는지
꼼짝 않고 멈췄다.
시를 읽다가 죽을 수 있다니!
오, 하느님
[시창 동인시집 '벌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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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가뭄
김태원
뱀이다
뱀의 움직임 소리를 들었다
소스라치게 놀라 달아나는 개구리들
몇몇은 먹이가 될 것이다 깊이
더 깊이 잠수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잠수는 초년병처럼 어줍다
숨이 가쁘다 오늘 다시
못 속에 잠겼던 바위 하나가 뾰족이 고개를 내민다
오, 저 세상은 저 등을 보이며 돌아누운 하늘이다
불러도 대답 없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는 철옹산성이다
그 하늘 밑 거죽뿐인 연못
낙엽처럼 몸을 구부린 개구리들이
겨울 빨래처럼 굳어 죽어가도
가뭄의 끝은 보이지 않고
저 독한 것은 그들의
오래 종족의 습성마저 빼앗고 있었다
[무시천 동인시집 '얼음새꽃' 중]
근 한 달 쯤 되었을까요
무시천동인시집 '얼음새꽃'을 받은 것이.
시골살이가 몸이 우선 움직여야 하는 것이라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다 들춰보고
압제와 자유 사이에서 끝없는 사유를 이어가고 있는 김태원 시인의 가물지 않는 시 한편과
지난 주말 이곳 누옥까지 찾아 1박2일을 보내시고 시창동인시집 '벌새'를 선물해 주신 이인수 시인의 편운재 산물 한 편을 소개 합니다
자극이 되고 격려가 되는 두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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