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질
오늘 아침도 마당을 쓴다
마당을 쓸어내는 것과 마음을
쓸어내는 것은 다르지 않다
오늘 아침도 마당을 쓴다
계절의 농간에 떨어지는 감잎과
부는 바람이 싣고 온 사연들
밤새 강아지가 짓밟고 물어뜯은
슬리퍼 조각과 찢긴 휴지까지
오늘 아침도 마당을 쓴다
쓸어내지 않으면 화석이 되거나
습성이 될 추악한 버릇들
벌레들의 성찬으로 떨어진 떫은 감과
설익은 생각과 질긴 억지까지
때로 바람 많은 날이거나
가을이 깊어지면 두 번 세 번
하루에도 몇 번씩 비를 들어야 한다
그래도 자꾸 쌓이는 마음
2015. 9. 28. 21:15
가능하지 않다고 포기할 순 없다
가을이 되어도 추수할 것 없으니 마음이라도 거둬보려 하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비질을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한지 자꾸만 쌓입니다
오늘 아침도 쓸었습니다
그러나 외출 후 돌아와 보니 다시 낙엽은 떨어졌고 근거없는 찌꺼기들도 바람타고 와 있습니다
새만금의 윤슬이 이토록 눈부신 걸 본적이 없습니다
오늘은 한결 더 눈이 부시고 도리어 하늘마저도 부끄럽게 하는 듯 합니다
살아가는 일이 아픔의 연속이다 보니 마음은 그리 빛날 수 없어선지 자꾸 저 바다에 눈이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