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김치
지난해
꽃을 피운 배추가 씨를 맺더니
떨어져 기어이 싹을 틔웠는데
자랄수록 온통 상처투성이다
벌레 기어간 자리 뜯어 먹힌 자리
부드러운 잎은 먹히고 또 먹히고
질긴 부분만 남았다 더 질겨졌다
어쩌면 상처투성이인 너도 벌레처럼
달려들어 뜯어먹은 이들 있었나 보다
여린 살갗과 투명한 영혼을 탐하는
벌레들이 우선순위 였었나 보다
버리지 않고 배추 밑동 싹둑 잘라
물에 담가놓으니 아직 남은 벌레들 나온다
씻고 다듬어 김치를 담갔더니
잘 익었다 무르지 않고 달콤하다
2015. 10. 1. 08:07
감나무도 벌레투성이다
늦은감이 있지만 지인의 트렉터로 밭을 갈았다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푸석한 땅, 흙먼지가 날린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서둘러 작업을 하지만 시간은 나보다 앞서 가고....
골을 내고 EM을 뿌리고 마늘 멀칭비닐을 덮고 왕마늘 주아를 심는데 이미 해는 빛을 포기했다
반도 채 심지 못하고 짐을 싼다
그렇게 뒤집고 다듬다 보니 밭의 모습이다
코끼리마늘이라는 토종 왕마늘을 자연농법으로 도전한다. 주변의 많은 조언들은 다 각종 농약을 사용하라는 이야기다. 그래야 소득이 높다는 이야기다
소득을 높이려는게 아니라 질을 높이려는 내 의도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야기들 뿐이다
외로운 마늘 농사를 시작한다
외롭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간만에 귀농인의 모습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