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문철수
비어 있다
오창 시골 살림 집
낡은 짐 몇 점 미련하게 자리 지키고
바퀴벌레 말라 바람에 뒹군다
문설주 한켠 모서리 둥글고
지친 것들 다 누웠는데
척추 휜 녹슨 못 하나
뒷집 할미 꺾인 허리로 생을 버티듯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가화만사성
매달고 있다
태어날 땐 견고한 삶
항상 어미의 몫인 양 팽개쳐 두던
걸어두면 절로 되는 부적 같은 효험
사람이 떠나간 자리
대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