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문학/아침일기

하늘수박을 썰며

by 文喆洙 2013. 10. 26.

 

하늘수박을 썰며

 

오래

살았어도 정갈했으면 좋겠다

 

다 떠나고 덜렁

둘 만 남았데도 부목

없이 당당하게 서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 바람막이가 되고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투정이 사랑으로

들리고 빠진 앞니가 맹구로 보여

실컷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장 같이 나이가 들고 잘 삭은

젓갈 같이 늙어 갔으면 좋겠다

내가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3. 10. 26. 하늘타리의 열매를 썰어 말리며

'* 문학 > 아침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낯  (0) 2013.10.28
부끄러운 삶은 없다  (0) 2013.10.28
느린 열정으로  (0) 2013.10.25
길잡이  (0) 2013.10.23
살아내지 그랬니  (0) 2013.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