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년이 내린다'(푸른사상)
저자가 아닌 지인으로 부터 축하의 자리를 마련했다는 연락을 받고 다녀온지 며칠만에 탁자 위에 놓인 친구의 자식을 만났다
'작은 침묵들을 위하여' 라는 형과 함께 도착해 있다
산에 사니 산이요
유승도
등성이의 털을 곧추세운 산들이 맥을 일으켜 달리는 12월, 바람 일어 눈과 햇살이 흩날리는 문밖으로 나선다
가자, 나도 산이다
시기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나 대학 졸업하고 영월 산골짜기로 농사지으러 들어간다는 소문을 들었으니 거반 삼십년은 되 갈 터이니 시인 또한 산이 된 것 것일까
여전히 산처럼 느리고 약간은 어눌한 것 같은 말투로 깊고 굵은 미소만 던진다
산에 살면서 산이 되어버린 것이다
12월 활엽수들이 가득한 산등성이는 잎들을 떨구면서 그야말로 지느러미 같은 털을 곧추세운다
누구도 가르치지 못하는 야생마처럼 달리는 산을 본 것이다
제 자리에 멈춰 숲만 키우는 산이 아닌 시인만의 산을 본 것 일 게다
산에 있지만 들판을 달리고 광야를 휘저으며 바다를 넘나드는 기개가 그 속에서 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절제하고 있는가
곧추세운 맥과 달리는12월 그리고 나도 산이다......
평범을 비범으로, 단순을 특별로 전환시키는데 많은 수사와 기교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교과서적으로 보여준다
그것마저도 산에 살면서 체득한 방식이 아닐지 넘겨짚어 본다
겨울이 다가오면 또 산들은 갈퀴를 세우고 시인과 함께 하늘을 달릴 것이다
함께 달려보려면 그때쯤 망경대산 자락 올라봐야겠다
아 그러고 보니 그날 꽃밭에 빠졌구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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