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간
문철수
바람의 출입구 사이로 보았던 옆집 누이를 떠올리며
동정의 끄나풀을 과감하게 놓아버린 곳
늙은 노모의 허리 지나 다다른 근심
도시의 기름진 생수 마시다 추석이면 돌아와 미끈한 방구 꿔대다
보란 듯 아직도 우리 집 화장실을 쓰는 옆집 누이
수천마리 파리 떼와 맨몸 부대끼는 구더기들과
속을 드러내 놓고 살아가는 자본주의 훈련이 반복되었었지
지붕 위 페인트 덧칠 벗겨지고 벌어진 틈새로 빗물 스미듯
그렇게 들어와 자리 잡은 미늘 같은 세월이
물기마른 똥으로 수천의 구더기 고려장 치르고 있다
무너져 내린 거미줄에 매달려 날개 부서진 말벌 그네를 타고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달빛에 오줌줄기 흔들던 그때
누이는 세상만 낡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주름지게 했다
[ 화살, 2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