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문학/나의 글

소나무 이야기

by 文喆洙 2010. 8. 16.

소나무 이야기

 

                                           문철수

 

 

 

그때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세상을 향한 날 선 오기로 살갗을 뚫고 나가는 것이었을 뿐 우리는 그렇게 작은 틈바구니에서 서로 나가려 싸웠고 힘들었지만 아주 풍성한 여름을 지낼 수 있었지 너무 많아 누렇게 죽어가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그건 그의 삶일 뿐 나는 더 뾰족한 팔을 더 길게 뻗어 한줌의 햇빛이라도 더 가지려 했었지 아니 오늘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들 모두는 미소 짖는 척 그랬던 거야 언제나 그저 푸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잘못임을 깨달은 것은 그해 겨울 찬바람이 물먹은 눈구름을 가져다주고 나서야 삶의 무게에 허리를 꺾이고 나서야 하늘을 향해 뻗어있던 나의 오만은 땅을 향했고 근근이 아직 힘들게 붙어있는 껍질 아래로 링거수액 같이 전해지는 물방울로 연명하고 있어 이미 부러진 허리는 펼 수가 없어 아마도 버섯과 벌레들의 잠자리나 되겠지

 

[ 화살, 2부 ]

'* 문학 >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보게  (0) 2010.08.20
도끼  (0) 2010.08.20
뒷간  (0) 2010.08.16
우물에 대한 기억  (0) 2010.08.16
체위  (0) 2010.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