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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아침일기

오래된 우제통

by 文喆洙 2016. 9. 10.

오래된 우체통

 

 

 

 

입도 다물지 못하고 매달려

수직으로 너만 기다린다

구겨 넣고 냉정하게 돌아서는

이별의 문자는 애써 외면한다

 

턱뼈 빠지도록 숨을 멈추고 혹여

소식 놓치지 않으려 녹이 나기도 한다

숙취의 흔적만 풍겨오기도 하는

멈춘 시간을 뜬눈으로 견딘다

 

정오를 비낀 볕은 자꾸 기울고

등으로 전해지는 한기는 여전하지만

포기할 수도 벽을 내려올 수도 없다

나만 안타까운 건 아니기에

 

2016. 3. 29. 08:27

모든 기다림은 같다는 것은 명제일까?

 

 

 

주민자치위원회 명의의 적십자 회비 미납명단이나 대형자본의 카드사용대금 납부 명세서나 부도내고 잠적한 김씨의 부가세 독촉장이나 더러는 입영통지서 따위의 기다려지 않는 것들만 습관적으로 배달 된다

피할수 없게 조여오는 것들은 온통 숫자로 되어 있다

 

정작 기다리는 것들은 눈으로도 귀로도 배달되지 않는다

수취인만 있고 발송인은 없는 숫자가 필요 없는 이야기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흙냄새와 함께 풀냄새와 함께 사라져 버렸는지

 

메마른 바닥을 드러낸 강은 이미 강이 아니다

비가 오면 물이 흐를 수 있다고 말하지 마라

비가오면 세상도 함께 젖는다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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