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시린 시간이 끝나 옷 얇아지니 그물코 넓은
투망 어깨에 걸고 먼 바다로 나가 보자
혹여, 비늘 벗겨진 시간이라도 걸려들면
내장 긁어내고 봄볕 봄바람에 널어두자
비릿한 생각들 아지랑이처럼 날고 짠 바다만
화석이 된 살점 찢어 소주와 함께 잘근 씹자
바싹 말랐던 가랑이 벌리고 나온 연한 싹
바람 심한 벼랑끝 절벽도 푸르게 하지 않더냐
2016. 3. 22. 12:52
볕은 내장까지 말릴 기세다
소리가 요란하다
덩달아 봄마저 북새통이고
물 오르던 싹들 슬쩍 고개 돌린다
가랑이 벌리고 나온 삶들 돌아갈 길 잃고
쭈뻐쭈뼛 이방인으로 호적된다
자동차 안으로 쏟아지는 빛은 지나온 시간들의 회개를 재촉한다
갈매기 한 쌍의 사랑얘기는 선재도 모래톱에서 시작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