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375 가을.. 상처의 공장 가을, 상처의 공장 하필 이때 쓸쓸함이란 칼로 가슴을 벤다 베인 가슴들 차곡차곡 흙 위에 저미고 상처의 근원이 되는 존재의 쓸쓸함 마저 가을밤 보름 달빛이 탈색시키고 있는데 길은 밝아 보이지만 가지 말아야 하는지 고개를 돌려 돌아 나오는 방향을 보지만 시간을 타고 온 길.. 2015. 11. 25. 가을타령 가을타령 화살같은 비가 떨군 낙엽이 화살같은 햇살에 그만 말라 바스락 외마디 비명으로 부서지네 잘게 부서질수록 비질은 어렵고 덥석 들어낼 수 없는 파편들 마른 흙 속을 파고들지만 다시 화살같은 비가 오면 젖어볼까 기억하지 못하는 바람에 의탁할까 가슴은 왜 낙엽을 .. 2015. 11. 25. 아버지 3 아버지 3 가벼워진 몸은 연필 들 힘도 없다 일어날 기력은 어디서 찾겠는가 눈빛으로만 천정에 아득한 미래를 느릿느릿 점자처럼 박아 넣었다 쐐기처럼 집중된 말들은 끝내 검푸른 하늘 밖으로 틈을 내고 한 자 한 자 날아가 행성이 되었다 의미 없는 걱정은 베낭에 담지만 흔들리.. 2015. 11. 25. 홍시 홍시 동쪽 아침 햇살이 습기를 털면 아직 설익은 것들은 불투명 주황빛을 단단한 껍질로 튕겨내고 밤새 된서리 견디며 농익은 것은 투명한 주홍빛을 속 깊은 가슴으로 받아내는 2015. 10. 22. 07:05 잘 익은 것들의 자세는 다르더라 2015. 11. 25. 안개 안개 다가가 봐야 안다 지나가 봐야 안다 오늘이 가야 알 수 있는 내일과 다르지 않다 2015. 10. 21. 09:27 부여백제 휴게소에서 안개를 본다 구미에 사는 김선근 시인께서 댓글로 저를 로보트태권브이로 임명해 주셨습니다 ㅋㅋ 진짜 그런 착각을 하고 사는 건 아닌지 잠시 자신을 의.. 2015. 11. 25. 낙엽우화 낙엽우화 낙엽이낙엽위에내려앉으며묻는다 무겁지? 낙엽이낙엽을업으며대답한다 아니! 가지에 매달려 있을 때에는 나 자신도 무겁더니 허공을 한번 거스르니 이토록 가벼울 수가 없어 나를 붙잡고 있느라 가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낙엽이낙엽에게반문한다 그렇지? 떨어져 보.. 2015. 11. 25. 육개장 육개장 박만진 시인 출판기념회 다음 날 아침 서산 버스터미널 앞에서 육개장을 먹는다 약간의 사태와 우엉과 팽이버섯과 대파가 고춧물을 뒤집어쓴 채 붉게 끓고 있다 수몰되기 전 충북 청원군 오창면 성산리 죽음을 핑계로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온갖 양념과 두툼한 고깃덩이.. 2015. 11. 25. 궤변 궤변 과거로 다져진 오늘을 살며 다가올 내일을 계획하지만 되돌아보면 뜻대로 살아진 적 없다.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오늘은 빈 채로 다가올 내일을 인정하지 않겠지만 오늘이 어제 그랬듯 내일은 항상 자신의 계획을 가지고 다가설 뿐 살아있기에 가능한 오늘이란 말 단지 .. 2015. 11. 7. 다짐 다짐 비 내린다 대지를 깊숙이 적시고 나무들 풀들 갈증 달래주고 그러고도 남으면 내로 강으로 흐르리라 내로 강으로 흘러 또 다른 마른 땅 적시리라 그러니 그때까진 흐르지 말자 제 몸 하나 젖지 못하면서 누굴 적시려 하지 말자 버석거리는 단어와 푸석한 말로 먼지 일으키지 .. 2015. 11. 7. 비질 2 비질 2 매일 쓸어내고 버린다고 버렸지만 멀리하지 않고 사르지 않았더니 담벼락 밖 가득하다 낙엽을 떨구듯 다만 내려놓는다고 사라지는 것 아니다 말리고 태워도 씻어내지 않으면 어딘 가에 쌓인다 기억이 있는 곳에 미련은 도달한다 2015. 10. 11. 07:34 담벼락 밖 수북한 낙엽을 본.. 2015. 11. 7. 가위 가위 사랑방 준비를 위해 군산 공설시장을 가서 광목 스물네 마를 끊고 칠만 원을 결재한다 포목점을 오래 하면 표정이 온화해진다는 일행이 건네는 말에 환한 미소가 은은히 피고 검붉은 소파를 하얗게 위장하려는 거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아 무뎌진 가위 두 개를 관광상품처럼 .. 2015. 11. 7. 책임 책임 그것은 언어로 대체할 수 없다 행위로만 가능한 보상품목이다 2015. 10. 8. 07:34 아프더라도 그래야 한다 뿌리지 않은 호박이 싹을 틔우더니 여름 내 애호박을 선물하고 이 가을 10킬로가 넘는 보름달을 선물한다 아직 설익은 또 하나의 호박은 잘 익어 갈지.... 보이지 않는 곳에.. 2015. 11. 7. 산다는 건 산다는 건 밤새 어두운 바다에 빠졌다가 젖은 몸 훌훌 털고 새벽이면 산등성이를 기어올라 기어코 젖은 마음 비추는 저 순박하고 고집스런 태양처럼 2015. 10. 7. 07:25 롤러코스터를 다시 생각한다 인연이라는 참 쉬운 말이 있지요 좋으면 인연이라 하고 나쁘면 인연이 아니라 하지만.. 2015. 11. 7. 촛불 촛불 제 몸을 태워 빛을 내고 제 몸을 태워 눈물을 내고 스스로 낮춰 간다 뜨겁지 않은 것 아니다 고통스럽지 않은 것 아니다 체념은 더더욱 아니다 제 몸을 던지지 않고 빛과 희망이 되길 바라며 낮아졌다고 말하지 말기를 한 줌 재로도 남기지 않고 바닥까지 낮아질 수 있는 불.. 2015. 11. 7. 어떤 김치 어떤 김치 지난해 꽃을 피운 배추가 씨를 맺더니 떨어져 기어이 싹을 틔웠는데 자랄수록 온통 상처투성이다 벌레 기어간 자리 뜯어 먹힌 자리 부드러운 잎은 먹히고 또 먹히고 질긴 부분만 남았다 더 질겨졌다 어쩌면 상처투성이인 너도 벌레처럼 달려들어 뜯어먹은 이들 있었나 .. 2015. 11. 7. 선택 선택 한겨울 아랫목 이불 속으로 넣듯 가슴 언저리 더듬는다 여전히 차가운 가슴과 뜨거운 심장은 예각이다 꼭짓점은 있지만 하나는 아닌 여기가 종점일까 시점일까 처음이란 항상 위험을 동반하는 법 2015. 9. 30. 09:03 방황은 후회만 남기더라 화장실에 앉아 가로 세로 삼십센티 밖.. 2015. 11. 7. 비질 비질 오늘 아침도 마당을 쓴다 마당을 쓸어내는 것과 마음을 쓸어내는 것은 다르지 않다 오늘 아침도 마당을 쓴다 계절의 농간에 떨어지는 감잎과 부는 바람이 싣고 온 사연들 밤새 강아지가 짓밟고 물어뜯은 슬리퍼 조각과 찢긴 휴지까지 오늘 아침도 마당을 쓴다 쓸어내지 않으.. 2015. 11. 7. 주행 주행 꼬리뼈 끝에 붙어 달리며 비키라고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눈동자에 독을 채워 부라리기도 했을 것이다 저 잘난 맛에 자존심을 긁기도 했을 것이다 이유 없이 달리고 달리며 눈앞의 것들을 밀어붙이던 시절 영덕을 지나 동해시를 향하는 바닷길이 새로운 건 그때 마음의 눈.. 2015. 11. 7. 모자 모자 이별은 최선을 다한 사람의 권리이다 모자가 어울리지 않는 얼굴을 가져 쓰기를 극히 꺼리다가 잦은 산행을 이유로 고르고 골라 억지로 떠맡은 모자 하나 족히 십오 년 이상은 동고동락한 셈인데 시골집 평상에 던져놓았더니 강아지 녀석 밤새 땀 쩔은 챙 물어뜯었다 여기.. 2015. 11. 6. 두번째 정거장 두번째 정거장 수직 암벽을 다람쥐가 달리고 있다 조심스럽겠지만 두려워하지 않는다 추락과 죽음의 공포를 넘어섰겠다 절벽의 틈새마다 한기와 공복을 버틸 음식과 절망의 시기를 견뎌낼 지방을 몸에 채운다 그가 살아가는 방법과 다르지 않은 걸 본다 두려워 않고 달리지만 아.. 2015. 11. 6. 이전 1 2 3 4 5 6 7 8 ···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