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375 참나무에게 묻다 참나무에게 묻다 그래, 죽은 잎이라 하지 않겠다 네가 죽지 않았으니 고요히 쉬고 있는 것이니 겨울이 가도록 떨구지 않을 것이니 마른 잎이라 해야 맞겠다 헌데 아무도 알 수 없는 이유 다른 나무 다 내려놓는데 너는 왜 아직 떨구지 않느냐 무슨 사연 있기에 허공에서 영하의 .. 2016. 1. 1. 동행 동행 작은 천이 큰 강을 만나 섞이지 않으려 때로는 물의 띠를 치기도 하지만 결국 함께 바다로 가듯 2015. 12. 23. 09:12 허름한 모텔에서 흐린 아침을 맞는다 사람 관계에 있어서 어떤 사건의 결과는 항상 그 결과가 있기까지 원인과 과정이 있겠지만 그보다는 필수 요소인 오해라는 .. 2016. 1. 1. 이인수론 이인수론 차분한 백발 가지런한 가르마 장발에 묶은 머리도 아닌 시원한 백구도 아닌 그가 막걸리 사발에 삶을 풀어내는 붉은 미소를 수줍게 날리는 사람을 마셔 사람에 취한 그가 선문답을 한다 "높은 산 깊은 계곡 낮은 물소리 불 끄고 돌아누워도 사람아, 더는 갈 데가 없구.. 2016. 1. 1. 애인 애인 문 시인 애인 없죠? 여자는 바람같은 남자 별로예요 바람의 뿌리는 대지이고 외로움의 싹은 풍족이다 뿌리를 거두고 풍족한 대지를 흐르는 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 뒤꿈치에 매달리는 새로운 과거는 깔끔하게 잊기로 해요 2015.12. 21. 08:25 밖은 촉촉히 젖은 아침 아내가 일찍 .. 2016. 1. 1. 황희순 시집 '미끼' 손버릇 황희순 술만 마시면 무엇이던 가방에 넣는 버릇 있다 조약돌이나 씨앗이나 먹다 남긴 소주나 땅콩이나 맘에 드는 사람이나 하여 내 가방은 사시사철 부엉이집이다 어지러운 가방 정리하다 보면 물컹 썩어있는 건 언제나 사람 사람은 본체만체해야지 후회하면서 .. 2016. 1. 1. 그림 감상문 그림 감상문 그녀는 굵고 곧은 소나무만 보면 남성을 느낀다고 했다 두툼하고 거친 손바닥 같은 껍질이 지금 막 살 속을 파고드는지 끈적한 시선 띄우기도 했다 서천 어느 호텔 로비에 100호쯤 돼 보이는 소나무 걸려 있다 기개가 느껴지는 나무의 몸통이 여인의 숲을 헤치는 듯 장.. 2015. 12. 20. 혼자 하는 송년회 혼자 하는 송년회 발렌타인 한 잔을 마시고 시 한 편 읽고 발렌타인 한 잔을 마시고 촛불 한 번 쳐다보다 물 한 잔 마시고 발렌타인 한 잔 마시고 숨 한 번 들이키고 육포 한 쪽 씹다가 추억 한 장 꺼내 씹고 흘깃, 창밖으로 다가선 어둠 속에서도 하얀 현실 한 폭 발렌타인 한 잔을 .. 2015. 12. 20. 예깊 김대표 예깊 임대표 식사를 하려고 둘러 앉았다 여자들 웃음꽃 번지는데, 임대표 반짝이는 스텐인리스 앞접시에 물을 붓는다 왜 그럴까 묵묵히 바라보다 왜요? 묻는다 왠지 강이 될 것 같아서요 대답하며 그릇을 흔든다 파도가 인다 강을 만드는 손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바라보다 저런 .. 2015. 12. 20. 2015년 12월 15일 아침 2015년 12월 15일 아침 어제라는 시간의 기억을 덜어낸 양말의 입을 벌려 발을 넣으며 시작했던 하루가 낯선 모텔 301호에서 가죽같은 옷을 벗어 던지며 끝난다 하루 궤적을 기억하는 팬티와 런닝은 두고 하루 궤적을 기억하는 양말을 빤다 하루 궤적을 기억하는 몸뚱이를 빤다 배수.. 2015. 12. 20. 관계 관계 그 가벼운 거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쓴 말을 입속에 보관하지 말아야 한다 유지한다는 것은 단지 친구 하나 더 있다는 숫자 놀음에 불과할 뿐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관계로 인하여 피곤한 사람이 아니라 그리워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의미 없이 꼬리 치는 사람이 아.. 2015. 12. 20. 테크닉 테크닉 기술이라고 말하면 진짜 기술 같은데 테크닉이라고 말하면 기술보다는 기교에 가깝고 단순 기교라기보다는 섹스와 연관된 어떤 것으로 인식되는 참담한 세상의 바람 바다에서부터 시작된 바람은 촉촉하고 끈적하다 백사장을 벗어나 뻣뻣한 송림 사이를 지나고 억센 억세.. 2015. 12. 20. 긍정의 바람 긍정의 바람 결과로만 보자면 수요와 공급이 어떤 이념도 실현하지 못한 절대 평형에 가깝다 어떤 의미의 바람이던 세상의 모든 바람은 다양한 허공을 채우려 거칠게 밀어붙이고 있다 모든 바람은 움직인 후에야 인식된다 2015. 12. 9. 08:29 한 이틀 바람이 잠잠하다 종일 서천에서 .. 2015. 12. 20. 사소하게 사는 법 사소하게 사는 법 꽃과 초록이들을 무지 좋아라 합니다. 들녘의 민들레 홀씨나 아직 남아있는 작은 초록이들 무엇이든 찍어서 보내주시면.... 여기 겨울은 초록을 지우지 않습니다 높은 것들은 말라가도 낮은 것들은 그 안에서 늘 푸르지요 간간이 생명의 숨을 찍어 보내드리지.. 2015. 12. 20. 그런 삶 그런 삶 구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접어 두고라도 눈송이가 영하의 구름에서 태어나 허공을 자유낙하 하다가 하필, 강물에 빠져 사라지기까지를 한 생이라 한다면 그 살아있는 동안 바람 없는 적 얼마나 있을까 2015. 12. 7. 07:49 내 생각이 정답일 경우가 얼마나 될까 바람은 상하를 .. 2015. 12. 20. 해동 해동 11월, 논 밭 다 비었다 12월, 마음 밭 얼어 있다 2015. 12. 6. 09:19 아직 겨울준비 중인데 서천장항 파렛트 공장에서 화목으로 쓸 나무조각을 한트럭 기증받았고. 도로공사 벌목현장에서 통나무 한트럭을 10만원에 구입해서 가져다 놓았다 한겨울 집안이 후끈 달아오르는데 단돈 10.. 2015. 12. 20. 너도 너도 맑은 하늘을 보려면 구름을 뚫고 올라가라 구름 아래 누워 흐린 하늘을 원망하지 말고 다시는 구름 아래 세상을 원망치도 말고 쓰러진 자신을 자학하지도 마라 항상 누워 있으면 넘어질 일 없다 서 있었기에 옴팡지게 넘어진 것이니 2015. 12. 4. 10:04 젖은 해가 골목길을 찾아.. 2015. 12. 20. 낙엽 낙엽 걸음마다 시가 들린다 발자국마다 시를 새긴다 발밑에서 바스락 시가 익는다 2015. 12. 3. 08:33 그대, 잘 마른 낙엽을 밟아 보았는가 바싹 마른 낙엽을 밟는 것과 함박눈 위를 걷는 느낌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경험해 보았는지 바스락 소리와 함께 시를 익히는 발걸음과 뽀드득 .. 2015. 12. 20. 연꽃 연꽃 화살 같은 촉을 가지고도 네게로 날아가지 못할 바엔 차라리 여기 뻘밭을 피우리 말라 죽어가면서도 확성기 구멍마다 너를 품으며 첨벙, 쓰러져도 좋으리 너 닮은 꽃 다시 피울 봄 결코 오지 않아도 두렵지 않으리 2015. 12. 2. 21:56 연꽃은 진자리에서 과녁을 부른다 화살보다 .. 2015. 12. 20. 카톡 카톡 눈보라 쳐도 비바람 불어도 어둠이 와도 태양이 붉어도 거기 있어도 아니 없어도 수신 확인이 되건 안되건 네게로 가는 외통수 길 2015.12. 1. 08:23 수단이 발달한 시대 불통은 수단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좋은 방법이 있어도 그건 마음의 문제 일 뿐 지난 토욜은 가장 많은 .. 2015. 12. 1. 노창재 시인 첫시집 '지극' 봄비 노창재 밭고랑 청보리 기지개 켜든 말든 가지 끝 복사꽃 몽우리 맺히든 말든 첫돌 다가오는 아기 걸음마 떼든 말든 혼사 날 잡아놓은 숫처녀 밤잠 설치든 말든 종일을 사부작사부작 하염없이 내리는 능청 커다란 키 넓데데한 얼굴 잘 생긴 모습 .. 2015. 12. 1. 이전 1 2 3 4 5 6 ···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