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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375

가야금 아리랑 가야금 아리랑 손톱도 세우지 않고 호미를 들지도 않고 어찌 이리도 깊게 후벼 파는가 어느 누구의 한이 서려 어느 세월의 한을 담아 어떤 흑심으로 날을 벼렸기에 아물 수 있을까 지울 수 있을까 잊을 수 있을까 2015. 11. 28. 18:40 노창재 시인 시집 '지극' 출판기념회에서 때론 뻔.. 2015. 12. 1.
진눈깨비 진눈깨비 진눈깨비 내리는 저녁 군산 예술의 전당 공연이 있어 달리는 길 상처 많은 윈도우브러쉬가 길게 물길을 끈다 "브러쉬 바꿔야겠네요" 치고 들어오는 불빛에 반사되어 앞이 뿌옇다 "어차피 불투명한 세상인데 뭘 더 선명하게 보려고" 툭, 한마디 던지고 나니.. 2015. 12. 1.
첫눈 2 첫눈 2 첫눈이라고 얕보지 마라 네 첫사랑이 아직 가슴에 남아있듯 녹아 사라질 망정 네 속에 남으려는 발버둥이다 아직 그치지 못하는 이유다 2015. 11. 27. 08:30 끝장을 보잔다 첫눈이라고요? 시작은 아주 짧은 법인데 아직 그치지 않고 첫이 마지막이라는 걸 일깨워 주려는 듯 묵묵.. 2015. 11. 27.
첫눈 첫눈 찬바람 들어 온다 시리지 않은 겨울 어디 있을까 시리지 않은 이별 어디 있을까 밤새 첫눈 기다리던 심장들도 뜨거워서가 아니라 허전해서 기다렸을 터 구름도 얼음덩이를 튀겨내려 제 그리움의 압력을 영하의 최대치로 견디고 있을 터 2015. 11. 25. 11:09 첫눈처럼 기다려지는 .. 2015. 11. 25.
회복 회복 제대로 넘어져보면 안다 일어설  때 다시 주저앉지 않으려 용 쓰는 거, 다시라는 게 얼마나 아픈지 쓰린지 지치는지 이겨냈다는 건 거짓이다 그냥 그 속에 푹 빠지고 절궈진 채 서둘러 일어서지 않는 것이다 이긴다는 건 2015. 11. 22. 09:15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면 통증은 살.. 2015. 11. 25.
노예 노예 쌓아두지 마라 그걸 인내라 하고 미덕이라 하는 건 그냥 희생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국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서 머릴 치켜드는 회한으로 삶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계를 허물고 나면 뛰쳐나오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자신을 보며 기겁하는 밤을 보내고 또 아침이면 .. 2015. 11. 25.
순댓국 순댓국 끓어오르는 뚝배기가 상에 놓이면 소위, 다대기 큰 한스푼 후추 잔뜩 새우젓 잔뜩 사장님, 땡초 있어요? 어둡고 습한 곳에서 온갖 잡내 다 밴 내장을 잘근  씹는다 누군가의 평생을 뱃속에  넣는 이 짧은 시간 2015. 11. 20. 09:28 나는 순댓국 마니아다 ㅋ 틈새 없는 날도 있.. 2015. 11. 25.
자기만의 생 자기만의 생 "찬바람 불면 얼굴에 두건을 두르고 눈물 찔찔 짜며 절구에 고추를 빻았어요 저도 안해본 것 없어요" 누구나 자기 경험이 세상의 끝인 줄 안다 그러나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 얼마나 많은가 2015. 11. 19. 08:32 그건 자기만의 세상이다 자체로 아름다운 꽃도 만나.. 2015. 11. 25.
가난한 손길 가난한 손길 작업실 책상엔 누런 콧물 먹은 휴지가 척 척 한여름 나무늘보 같은 눈동자 책장을 기웃 몸 달은 붉은 노끈만 비비 꼬며 가위를 재촉 2015. 11. 18. 17:12 어느날 마리안느 풍경 오후 다섯시가 되어서야 자리에 앉습니다 관공서 두곳, 설계사무실 다녀오니 배달예정통보가 .. 2015. 11. 25.
그해 겨울 그해 겨울 기울어진 가세를 일으키는 건 죽은 나무를 살리는 것과 다름없다 겨우 세 식구 바람이라도 피하려 좁은 마루 한켠을 빌린 육개월, 새벽이면 울타리 밖 공동 우물에 나갔었다 나이 많은 소나무 허리 새끼줄 감고 정권에 멍이 들도록 두들기고 나면 머리에선 김이 희.. 2015. 11. 25.
알집 알집 아쉬움과  그리움의 경계는 모호하다 끝내 말하지 못한 하루를 압축한다 10분만 나무들이  겨울을 나기  위하여 수분을  몸 밖으로  휘발시키는 시각 압축률  98%는 단풍처럼 붉은 그리움이다 프로그램  딜레이트 2015. 11. 13. 00:29 지워질까,. 죄송합니다.여전히 상도초.. 2015. 11. 25.
습관 습관 남겨진 커피 빨대를 빤다 해거름 지나 혼자 된다는 익숙한 일 어둠을 지치는 쓸쓸한 습관 2015.11. 13. 00:48 쓸쓸한 습관은 늘 후회를 가져온다 가끔은 놓치고 싶은 날이 있다 잃어버리고 싶은, 낭비하고픈 날이 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새로운 생각이 자리잡지 못해 망설이는 날.. 2015. 11. 25.
카톡 카톡 이런 날은 물기 흠뻑 안은 단풍 구경이나 하소 어머 저 산허리 감은 구름 좀 봐 행여 가더라도 여인넨 찾지 말고 단풍과 대화 하소 다만, 가슴으로 불어가는  바람이 거센 날에는 외출금지 2015. 11. 9. 08:17 비바람이 쉬지 않는 날 감성이 거품 같이 일어나는 날이면 카톡 대화.. 2015. 11. 25.
오기 오기 더 쓸 힘이나 남아 있어요? 아직 안간힘은 사용하지 않았어! 2015. 11. 8. 08:47 안간힘을 쓰고서도 아닌척 하는 것 죽을 힘을 다하고도 부릴 여유가 있다면 진짜 여유를 아는 사람 일게다 무진 애를 쓰고서도 미소 지우지 않는 사람이라면 ..... 한 평이라도 더 적시려 죽을 힘을 다.. 2015. 11. 25.
이 비가 이 비가 기를 쓰고 내린다 회귀하는 역사를 아래로 아래로 흐르게 하려는 걸까 대지는 겨우 숨을 연명해 왔지만 온전히 젖기까지 흐르지 마라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이제 다시 둑을 다져 쌓자고 주문한다 막고 가두고 넘치도록 가둬 한방에 그것은 붉은 강이라고 붉은 바다고 붉은.. 2015. 11. 25.
별자리 하나 별자리 하나 어쩌다가 피가 뭉쳤는지 알지 못했다 손톱이 자라면서 검은 별자리 생겨나고 어느덧 보름, 혼절의 기운만 남았던 것인지 족히 한 달은 더 속 상처 밀어내야 한다 빠르게 지나가는 듯 하던 시간도 알고 보니 손톱 하나 새로 키우듯 말없이 게으르다 별자리 하나 만드는.. 2015. 11. 25.
짚이 하는 말 짚이 하는 말 들판 비었다 뜨거웠던 날 비바람과 싸워 맺은 결실 내 어 주 고 흐트러진 채 겨우 쪽빛으로 연명한다 곧 썩어질 몸이 되었다 어차피 내어주려면 온전히 기억마저 덤으로 얹어 줄 것 자신을 잊을 것 2015. 11. 5. 00:50 어디까지가 무소유인가 들판은 차츰 비어가고 산은 .. 2015. 11. 25.
홍시 2 홍시 2 똑바른 대나무를 골라 장대 끝을 쪼개고 쐐기를 끼워 틈을 낸다 장대를 든다 감이 달린 가지의  10센티 위쯤  틈에 끼워 비튼다 뚝 소리와 함께  연한 가지가 부러져 손 안에 들어오지만 때로 완숙된 홍시는 장대를 비틀 때 꼬투리에서  과육이 떨어질 수 있음을 명심.. 2015. 11. 25.
주의 주의 꽃분홍 레이스 고운 브래지어 속에 든 머루 두 알 쉽게 꺼내지 마라 아직 주름도 없고 매끈한  허리  아래 깊은 속 더구나 쉽게 허하지 마라 남자는 겉만 가지고 찾아들지만 여자는 감추었던 속까지 끌려 나가고 한 맺힌 가슴부터 살아온 과거까지 송두리째 하수구로 빨려 .. 2015. 11. 25.
질문 질문 발기도 습관이라며 지쳐 누운 생식기를 붙들고 안간힘으로 일으키려는 눈물 나는 투쟁을 하는 이여 무너진 마음을 고쳐잡기 위해 한 번이라도 애써 본 적 있는지 쓰러지는 친구를 위해 안간힘으로 함께 버텨낸 적은 썩어가는 불의에 대하여 속 좁은 분노라도 일으켜 보았는.. 2015. 11. 25.